독일 민법과 의료소송에서 입증책임 전환

 

1. 독일 민법전 체계

 

독일은 20132월경 민법전에 진료계약전형 계약의 하나로 편입하였다. 전형계약이라 함은 매매, 증여, 임대차, 고용 등 일반 개인간에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계약을 말한다. 독일 민법전 체계를 보면, 1편에 총칙이 있고(우리나라 민법 총칙에 해당함), 2편에 채권관계의 법이 있다.(우리나라 채권법에 해당함) 채권관계의 법 부분에는 제1장부터 제7장까지는 채권총칙에 관한 내용이, 8장에는 개별적 채권관계에 관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 8장 개별적 채권관계에 관한 내용 중 제1절에는 매매와 교환이, 2절에는 일시거주권계약, 장기의 휴가우대상품에관한계약, 중개계약 및 교환시스템 계약이, 3절에는 소비대차계약(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자금융통원조 및 분할공급계약), 4절에는 증여계약이, 5절에는 사용임대차계약과 용익임대차계약이, 6절에는 사용대차계약이, 7절에는 물건소비대차계약이, 8절에는 고용 및 이에 유사한 계약, 9절에는 도급 및 이에 유사한 계약이, 10절에는 중개계약이, 11절에는 현상광고계약이, 12절에는 위임 및 사무처리계약이, 13절에는 사무관리, 14절에는 임치계약이, 15절에는 숙박업소에서의 물건의 반입이, 16절에는 조합이, 17절에는 공동이, 18절에는 종신정기금이, 19절에는 불완전채무가, 20절에는 보증이, 21절에는 화해가, 22절에는 채무약속·채무승인이, 23절에는 지시가, 24절에는 무기명채권증서가, 25절에는 물건의 제시가, 26절에는 부당이득이, 27절에는 불법행위가 각 규정되어 있다. 8절 고용 및 이에 유사한 계약에 관한 내용 중 제1관에는 고용규정이, 2관에는 진료계약규정이 있다. 진료계약의 세부조항은 630a부터 630h까지 총 8개 조항이다.

 

민법전에 진료계약이 편입된 것도 특별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독일이 왜 선진국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판례를 통해 볼 수 있을 법한 문구들이 법률로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먼저 8개 조문과 한국의 법 체계와 간단히 비교해 보자.

 

2. 독일 민법전 중 진료계약 부분의 구체적인 조문에 대한 번역

 

630조의a(진료계약에서의 전형적 의무)

1항 진료계약에 의하여 환자의 의학적 진료를 약속한 사람(의료인)은 그 약정된 진료를 이행할 의무를, 상대방(환자)은 제3자가 그 지급을 할 의무를지지 아니하는 한 약정된 대가를 공여할 의무를 진다.

2항 진료는 달리 약정되지 아니하는 한 진료시점에 존재하는 일반적으로 인정된 전문적 기준에 좇아 행하여져야 한다.

 

630조의b(적용규정)

진료계약에 대하여는 제622(근로관계에서의 해지기간)의 의미에서의 근로관계가 아닌 고용관계에 관한 규정이 이관에서 달리 정하여지지 아니하는 한 적용되어야 한다.

 

630조의c(계약당사자의 협력 : 정보제공의무)

1항 의료인과 환자는 진료의 시행에 합께 협력하여야 한다.

2항 의료인은 진료를 개시할 때 및 필요하다면 진료의 과정에서 그 진행에 관하여 본질적인 모든 사정, 특히 진단내용, 예상되는 건강상태의 추이, 치료법 및 치료 당시와 그 후 행하여지는 처치를 이해될 수 있는 방법으로 환자에게 설명할 의무를 진다. 의료인이 진료상 과오를 수긍하도록 하는 사정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그는 문의를 받아 또는 건강상 위험의 회피를 위하여 이를 환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의료인 또는 형사소송법 제52조 제1항에서 정하여진 그의 근친에게 진료상 과오가 있는 경우에는 제2문의 정보는 의료인의 동의를 얻어야만 의료인 또는 그의 근친에 대한 형사절차 또는 과태로 절차에서 사용될 수 있다.

 

3항 의료인이 진료비용의 전적인 부담이 제3자에 의하여 담보되지 아니함을 알거나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그와같이 충분히 믿을 만한 경우에는 그는 진료의 개시 전에 환자에게 예상되는 진료비용을 문면방식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다른 규정에서 정하는 그 이상의 방식 요구는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

4항 환자의 정보는 그것이 특별한 사정에 기하여 예외적으로 불필요한 경우, 특히 진료기 뒤로 미루어질 수 없거나 환자가 그 정보를 명시적으로 포기한 경우에는 요구되지 아니한다.

 

630조의d(동의)

1항 의료인은 어떠한 의료적 처치, 특히 신체나 건강에의 침습을 행하기 전에 환자의 동의를 얻을 의무를 진다. 환자에게 동의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제1901조의a 1항 제1문에서 정하는 환자의 처분이 그 처치를 허용하거나 불허하지 아니하는 한, 동의 권한을 가진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다른 규정에서 정하는 그 이상의 동의 요구는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 뒤로 미루어질 수 없는 처치에 대하여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 그 처치가 환자의 추정적 의사에 합치하는 때에는 그 처치는 동의 없이 행하여 질수 있다.

 

2항 동의는 환자 또는 제1항 제2문의 경우에는 동의권한 있는 사람이 동의 전에 제630조의 e 1항 내지 제4항에 좇아 설명을 들어야 효력이 있다.

 

3항 동의는 언제라도 그리고 이유를 제시함이 없이 방식을 갖추지 아니하고 철회될 수 있다.

 

 

630조의e(설명의무)

1항 의료인은 동의에 필수적인 모든 사정을 설명할 의무를 진다. 그에는 특히 처치의 종류, 범위, 기대되는 효과 및 위험, 나아가 진단 또는 치료법을 고려할 때 그 필요성, 긴급성, 적합성 및 성공가능성이 포함된다. 의학적으로 동등하게 고려될 수 있는 복수의 통상적인 처치방법이 현저히 다른 부담, 위험 또는 치유가능성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다른 처치방법에 대하여도 언급하여야 한다.

2항 설명은, 1. 구두로 의료인 또는 처치의 실행에 필요한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에 의하여 행하여져야 한다. : 또한 환자가 문면방식으로 받은 서면이 보충적으로 원용될 수 있다. 2. 환자가 숙고한 다음 동의 여부의 결정을 할수 있도록 적시에 행하여져야 한다. 3. 환자가 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가 설명 또는 동의와 관련하여 서명한 서면은 그 부본이 환자에게 교부되어야 한다.

3항 환자에의 설명은 그것이 특별한 사정에 기하여 예외적으로 불필요한 경우, 특히 처치가 뒤로 미루어질 수 없거나 환자가 설명을 명시적으로 포기한 경우에는 요구되지 아니한다.

4항 제630조의 d 1항 제2문에 따라 동의가 그 권한 있는 사람에 의하여 행하여져야 하는 경우에는 그 사람이 제1항 내지 제3항에 의하여 설명을 받아야 한다.

5항 제630조의 d 1항 제2문의 경우에 제1항에서 정하는 필수적 사정들은 환자가 그 발육단계 및 이해가능성에 기하여 설명을 받아들일 수 있고 또한 그것이 그의 이익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환자에게도 그의 이해력에 상응하게 설명되어야 한다.

 

630조의f(진료에 관한 기록)

1항 의료인은 자료를 위하여 진료와 시간적으로 직접 관련되는 동안 진료기록부를 종이 형태로 또는 전자적으로 편제하여야 한다. 진료기록부의 기록을 정정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원래의 내용과 아울러 그 정정등이 언제 행하여 졌는지를 인식할 수 잇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이는 전자적으로 편제된 진료기록부에 있어서도 보장되어야 한다.

 

2항 의료진은 진료기록부에 전문적인 관점에서 진료에 본질적인 현재 및 장래의 조치들과 그 결과 전부, 특히 병력, 진단, 검사, 검사결과, 소견, 치료법 및 그 효과, 침습과 그 효과, 동의 및 설명을 기재할 의무를 진다. [의사 간의 의사소통의 위한 ]소견서는 진료기록부에 편철되어야 한다.

3항 의료인은 다른 규정이 다른 보관기간을 정하지 아니하는 한 진료기록부를 진료가 종료된 때로부터 10년간 보관하여야 한다.

 

630조의g(진료기록부에 대한 열람)

1항 중대한 치료상 이유나 제3자의 다른 중대한 권리가 열람을 막는 것이 아닌 한, 환자에게는 요청이 있으면 지체 없이 자신에 관한 진료기록부 전부를 열람하는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 열람을 거부함에는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 811는 이에 준용된다.

2항 환자는 진료기록부의 전자적 등본을 요구할 수 있다. 그는 의료인에게 발생한 비용을 상환하여야 한다.

3항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 제1항 및 제2항에 기한 권리는 재산법적 이익을 위하여 그 상속인에게 귀속된다. 환자의 최근친자가 비재산적 이익을 주장하는 한에서 그에게도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열람이 환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는 이들 권리는 배제된다.

 

 

 

630조의f(진료상·설명상 과오로 인한 책임에서의 입증책임)

1항 의료인은 충분히 지배할 수 있었던 일반적인 진료위험이 환자의 생명, 신체 또는 건강의 침해를 일으켜서 그 위험이 현실화된 경우에는 의료인의 과오는 추정된다.

2항 의료인은 그가 제630조의 d에 따른 승낙을 얻었다는 것과 제630조의 e에서 요구하는 바에 맞게 설명을 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 설명이 제630조의e에서 요구하는바를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는 의료인은 환자가 제대로 설명이 있었더라도 그 조치를 승낙하였을 것임을 주장할 수 있다.

 

3항 의료인이 의료적으로 요구되는 필수적인 조치 및 그 결과를 제630조의 f 1항 또는 제2항에 반하여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제630조의 f 3항에 반하여 진료기록부를 보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가 이들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음이 추정된다.

 

4항 의료인이 그가 행한 진료를 할 자격이 없었던 경우에는 그 자격의 흠결이 생명, 신체 또는 건강 침해의 발생에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5항 중대한 진료과오가 존재하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 종류의 생명, 신체 또는 건강침해에 원치적으로 적절한 것인 경우에는 그 진료과오가 이 침해의 발생에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인이 의학적으로 요구되는 진단소견이 그 이상의 다른 처치를 행하였을 계기가 될 만한 효과를 일으킬 충분한 개연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적시에 행하지 아니하거나 확보하지 아니하고 또한 그와 같이 하지 아니한 것이 중대한 과오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위 내용은 2018년판 독일민법전(총칙,채권,물권) 양창수 교수님 책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양창수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3. 소결

 

독일 민법전에 편입된 내용 중 진료상·설명상 과오로 인한 책임에서의 입증책임부분을 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내용을 입법화 할 수 있을지, 독일은 어떤 이유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과실 추정 규정이 민법전에 편입될 수 있었는지 자못 궁금할 따름이다. 아마도 이러한 의료 과실 추정 규정이 명문화 된 것은 인간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진료행위의 특성상 진료상 과실과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사후에 개개의 상황에서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완전히 증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독일이 민법전에 이러한 진료과실 추정규정을 명문화 한 이유는 기존 판례를 통해 처리되고 있었던 과실 및 인과관계에 대한 추정이나 입증책임 완화 문제를 정립화하여 법정 안정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함이다.

 

최근 대법원은 '요추 4번-천추1번 부위 전방 경유 추간판 제거 및 인공디스크 치환술을 받고 나서 사정 장애 및 역행성 사정 증상이라는 후유증이 남은 사안'에서 수술 중에 상하복 교감신경총이 손상되어 역행성 사정의 후유증이 발생하였다고 보더라도 그것만으로 의료상의 과실을 추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하복교감신경총 손상은 전방 경유술 중 박리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손상이거나 그로 인한 역행성 사정 등의 장해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수술 과정에서 상하복교감신경총 손상과 그로 인하여 영구적인 역행성 사정 등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신경손상을 예방하기 위하여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그러한 주의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인지, 손상된 신경의 위치나 크기에 비추어 육안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지, 주의의무를 준수하였다면 신경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 신경손상과 그로 인한 역행성 사정 등의 결과가 수술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나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사정을 심리하지 않고 의료상 과실을 인정한 원심 판결에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203763판결 참조)

 

대법원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정을 토대로 문제 된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대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하여, 피해자에게 더욱 엄격한 과실 입증을 요구하여 사실상 의료인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이 시점에 독일 민법전에 편입된 입증책임 규정은 눈여겨 공부해 볼 만하다. 독일은 의료인이 충분히 지배할 수 있었던 일반적 진료위험이 환자의 생명, 신체 또는 건강의 침해를 일으켜서 그 위험이 현실화 된 경우에는 의료인의 과오는 추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 수술 중 의료진이 상하복 교감신경총이 손상될 수 있다는 진료 위험성을 예견할 수 있었고, 수술 과정에서 신경 손상으로 인한 역행성 사정(건강 침해)이 현실화 된 경우 의료인의 과실이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 의료진이 수술과정에서 신경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다하였다는 사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손상은 불가피한 합병증이었다는 사정을 주장 입증해야 과실 추정이 번복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어떤 판단이 더 바람직한 것인가. 사법부의 권위 및 국민으로부터 신뢰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구를 위한 재판인가. 평가는 각자의 몫이다.

Posted by 이인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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