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이 300명 국회의원 전원에게 의료기관 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법안이 필요함을 호소하는 서한을 보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수술실 CCTV 설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의료사고 발생시 입증 문제 해결,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성추행 행위 방지, 대리 수술 방지, 무면허 의료행위 방지 등이다. 이중에서도 언론에 등장하는 여러 사례를 보면,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호소가 가장 강력하게 와 닿는다. 수술실 CCTV를 통해 은폐된 진실이 드러나고, 의료진의 과실이 밝혀진다는 것이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의료계의 수술실 CCTV 설치 반대 주장은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인 취급하므로 신뢰가 상실되고, 사생활이 침해된다. 수술실 전면적 CCTV 설치 및 관리비용은 많이 든다. 우수 인력의 외과 기피 현상이 심해져 결국은 그 피해가 환자에게 전가된다. 스트레스가 집중력 저하를 가져오고 적극적인 수술 기피 등 진료환경 위축된다. 민감부위 노출등 해킹이 우려된다.’ 등이다. 의료계 주장 역시 전부 틀렸다고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의료계는 CCTV 설치 주장이 왜 생겼는지,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의료계의 대안을 살펴보면, 수술실 앞에 방문록을 만들어서 수술실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대리수술이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의료사고시 입증문제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수술실 CCTV 설치 반대를 위해서는 반드시 수술실 내에 발생한 의료사고시 입증책임 전환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술실 CCTV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환자측이든 의료인측이든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설문조사내용을 보면, 수술실 CCTV 설치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의료과실 입증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지 입증방법이나 수단을 강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수술실 CCTV설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사간에 신뢰 회복이다. 수술실 CCTV를 전면적으로 설치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미 환자와 의사 상호간에 신뢰가 상당히 상실되었다는 것이다. 의뢰인과 변호사의 관계도 신뢰가 중요한 것처럼 환자와 의사간의 관계에서도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수술을 받을때까지는 잘 유지되던 신뢰관계가 수술이 잘못된 경우 왜 상실되는 것인가.

 

그 이유는 수술기록과 설명의 문제이다. 수술이 잘못된 경우라도 집도의는 의료법에 따라 수술기록에 수술 내용과 특이사항 등에 대하여 상세하게 기록할 의무가 있다.(의료법 제22조 제1) 예를 들어, 수술과정에서 주요 혈관을 손상시켜 과다출혈이 되었는지, 신경견인과정에서 경막이 손상되었는지, 천공이 되었는지 등 의료행위의 내용과 그 원인을 자세하게 기록하면 된다. 그렇지만, 아무리 도덕성과 양심을 갖춘 의사라도 정작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수술기록에 그대로 남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냥 소극적으로 평이한 수술기록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결국 의료법상 수술기록 작성 의무를 통해서는 의료사고 원인을 밝히는데는 한계가 있고, 인간의 본성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인다.

 

다음으로 설명의 문제이다. 수술실에서 수술이 잘못된 경우 수술이 종료된 뒤에 집도의가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수술의 문제점과 해당 원인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미안하다고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면 된다. 그러면, 비록 수술기록에 기록하지 못한 문제점이 있더라도 환자측은 수술기록보다 의사로부터 듣는 설명에 더 친근감을 느끼고 신뢰를 하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집도의는 일단 보호자에게 수술은 잘 되었다고 설명하는 것이 전부이고,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집도의로부터 수술이 잘되었다는 설명을 들으면, 수술은 정말 잘 되었는 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강심장을 갖춘 의사가 아니면 보호자에게 수술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수술기록도 안하고, 설명도 안하며 미안하다는 말도 할 수가 없다면, 입증책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수술실에서 환자측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중환자실, 시술실도 마찬가지이다. 환자측이 의료행위가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의사가 작성한 수술기록, 간호사가 작성한 수술간호기록이 전부이다. 그런데, 이 기록이 정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측은 기록만으로 수술실에서 일어난 의료행위의 정당성을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집도의의 의료사고 원인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의료사고 피해자는 의료소송을 제기해서 의료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까지 지고 있다. 이는 환자측에게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 것이다.

 

과연 이것이 정당한 것이가. 환자측에게 의료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는 현 상황에서, 수술실과 같은 밀폐된 곳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하여 의사의 과실을 환자로 하여금 입증케 하는 것은 적어도 상식과 정의 관념에 반한다. 물론, 의사가 수술기록을 사실대로 상세하게 기록하고, 의료사고 원인을 사실대로 설명을 해 준다면 달리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법상 수술기록을 작성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의료사고 원인을 사실대로 작성하고 설명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측은 최소한의 보장을 위해서 수술실 CCTV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를 하는 것이다. 왜 이러한 주장이 오게 되었는지를 근본적으로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수술실 CCTV설치 주장은 이러한 입증책임에 대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의료사고시 전면적 입증책임은 곤란하더라도, 최소한 수술실, 중환자실, 시술실 등 밀실성이 전제된 곳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한하여, 수술기록 등 진료기록이 부실하고, 의료진의 설명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 입증책임을 전환해서, 의료진으로 하여금 수술행위의 적절성과 악결과가 불가항력적이었다는 것을 입증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수술방에 참여한 의료진은 수술시 발생한 이벤트 내용을 잘 알 수가 있고, 그 이벤트 발생원인이 불가항력적인지 아니면 의료진의 과실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원인이 개입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 수가 있다. 물론 의료진 역시 예측하지 못한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수술방에 참여한 의사도 입증 못하는 어려운 케이스에 대해 환자측으로 하여금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게 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의사로 하여금 수술상 잘못이 아니라 불가항력적인 것임을 입증하게 하는 것이 맞는지 진지하게 토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수술실 CCTV설치 주장의 찬반을 떠나서, 수술실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이 수술실 CCTV설치보다 한수 위가 아닐까.

 

수술실에 대한 의료법적 근거조항

 

의료법 제36조 준수사항 제33조 제2항 및 제8항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음 각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1.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른 시설기준 및 규격에 관한 사항.

 

의료법 시행규칙 제34조 의료기관의 종류별 시설기준(별표 3)

 

수술실은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외과계 진료과목이 있는 종합병원이나 병원인 경우에만 갖춘다.), 치과병원과 한방병원(외과계 진료과목이 있는 경우에만 갖춘다.), 의원 및 치과의원(외과계 진료과목이 있고, 전신마취하에 수술을 하는 경우에만 갖춘다.)1개 이상을 둔다(한의원과 조산원은 수술실이 없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4조 의료기관의 시설규격(별표 4)

 

3. 수술실

 

. 수술실은 수술실 상호간에 격벽으로 구획되어야 하고, 각 수술실에는 하나의 수술대만 두어야 하며, 환자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먼지와 세균 등이 제거된 청정한 공기를 공급할 수 있는 공기정화설비를 갖추고, 내부 벽면은 불침투질로 하여야 하며, 적당한 난방, 조명, 멸균수세, 수술용피복, 붕대재료, 기계기구, 의료가스, 소독 및 배수 등 필요한 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바닥은 접지가 되도록 하여야 하며, 콘센트의 높이는 1미터 이상을 유지하게 하고, 호흡장치의 안전관리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 수술실에서는 기도 내 삽관 유지장치, 인공호흡기, 마취환자의 호흡감시장치, 심전도모니터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 수술실 내 또는 수술실에 인접한 장소에 상용전원이 정전된 경우 나목에 따른 장치를 작동할 수 있는 축전지 또는 발전기 등의 예비전원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다만, 나목에 따른 장치에 축전지가 내장되어 있는 경우에는 예비전원설비를 갖춘 것으로 본다.

Posted by 이인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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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2.12 1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변호사 선임 비용 궁금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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