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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문변호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과 법원의 판단 비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설립된 지 8년이 지났다. 의료사고 원인과 인과관계에 관해 직권으로 증거 조사를 한 다음 감정서 작성과 분쟁 조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저 그렇다. 물론 더 잘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더 못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평가는 울며 겨자먹기다. 재판으로 가는 길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재원 조정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피해 구제가 되는 정도의 감정 및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의료인측 역시 중재원 감정 및 조정이 굳이 의료 과실도 없는 사건에 대해서조차 일정 금원을 지급하라고 하기 때문에 감정이나 조정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평가한다. 필자는 중재원 감정회의에서 의료과실이 있다는 감정서가 작성되고, 조정부에서 조정권고를 했지만 당사자들이 불복해서 재판으로 간 사례들을 모아 보았다.

 

1. 문합부 누출에 의한 복막염에 대한 조기진단 및 치료 지연으로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

 

. 사례 소개

 

79세 남환은 고혈압, 당뇨가 있는 상태에서 범발성 복막염으로 대장 봉합술을 받고, S상 결장 방광루로 하트만 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었다. 환자는 2018. 2. 20. 결장루 복원술을 받고, 다음날부터 복부 통증을 호소하자, 진통제를 투여받았다. 그러나 통증 및 복부팽만 증상까지 발생하자 의료진은 비위관 삽입후 감압을 시행했지만, 환자는 발열증상으로 해열제를 투여받았다. 2. 27. 수술부위 삼출성 출혈, 담즙 양상 배액으로 소장 문합술을 시행받았다. 수술직후 저혈압, 산소포화도 저하 발생, 승압제, 산소투여받았지만, 소장문합술을 받은날 사망하였다.

환자측은 복막염에 대한 진단 및 치료가 지연되어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고 주장하였고, 병원측은 문합부위 누출에 의한 복막염을 의심할만한 소견이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 중재원 감정결과

 

중재원 감정결과는 ‘2018. 2. 23.부터 배액관에 담즙 양상 배액 소견이 있으므로 복강내 담즙 누출 또는 문합부 누출 가능성이 있었다. 2. 25.부터 배액관 양상이 장액혈행성(serosanguineous) + 탁함(turbid)으로 바뀌었다. 2. 23.경 이후 혈액검사에서 백혈구의 지속적 상승 없고, 전산이 감소하는 추세였다. 배액양이 점차 감소하였다. 따라서 2. 25. 이후 담즙무출이 지속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2. 23. 문합부 누출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누출 초기에 우선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비수술적 치료이므로 2. 23. 배액관으로 담즙 배출이 의심된 이후 의료진이 항생제 변경 투여, 혈액배양검사, 장마비 또는 폐색에 대한 일반적 처치는 적절하게 하였다. 다만, 2. 20. 수술 이후 CRP수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고, 2. 23. 이후 통증이 지속되었으며, 발열, 복부팽만, 빈맥 등 증상이 있었으므로 상태 파악을 위해 복부 진찰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의료진은 복부 진찰을 하지 않았고, 배액성분분석, 복부 CT등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좀더 적극적인 검사 및 처치를 하였다면 문합부 누출에 대한 진단 및 수술 시기를 앞당길수 있었고, 이는 예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 중재원 조정결과

 

중재원은 2018. 10. 17. 사건 발생경위, 망인의 나이, 피신청인 병원 의료진의 과실 정도, 설명의무 위반의 점, 망인과 신청인들이 받았을 정신적 고통 등을 종합해서, 손해배상금 총액은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조정결정을 하였다. 병원측이 이의하여 재판으로 진행하였다.

 

. 대전지방법원 판결(2018가단227909 손해배상)

 

대전지방법원은 ‘1차 수술상 술기부족으로 문합부 누출을 유발하였다는 점은 인정하기 어려우나, 1차 수술 후 경과관찰을 소홀히하여 복막염과 그로 인한 패혈증에 대한 신속한 진료를 받지 못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과실 인정을 하면서, ‘수술의 난이도와 내재하는 위험성, 망인에게 발생한 문합부 누출은 1차 수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고, 그 합병증 발생 자체에 대한 의료진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는 점, 망인의 연령과 기왕력 등이 합병증 발생에 기여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1,2차 수술 후 경과관찰 과정에서 의료진이 기울인 노력의 정도,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을 위하여 피고측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판시하였다. 손해의 법위는 장례비 3,000,000(5,000,000× 60%), 위자료 망인은 39,000,000, 배우자는 8,000,0000, 5명의 자녀들에게는 각 4,000,000원 합계 70,000,000(사망시점인 2018. 2. 27.부터 판결선고시인 2020. 5. 28.까지 연 5%의 지연이자를 가산하면 약 7800만원 정도) 원고와 피고 쌍방이 항소하지 않아 위 사건은 1심판결로 확정되었다.

 

. 소결

 

결과적으로 병원은 2500만원 중재원조정결정에 불복하여 이의를 하였고, 재판결과 조정금의 3배나 되는 손해배상금을 배상하게 되었다. 중재원은 확실히 병원쪽에 유리한 조정결정을 한 것임을 알수가 있다.

 

2. 폐암 오진 및 신장 이식 사건

 

. 사례 소개

 

48세 남환은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신증후군이 있는 환자로, 2016. 7. 6.부터 혈액투석을 시작하였고, 최종적으로 배우자의 신장을 이식받기로 하였다. 8. 11. 흉부 엑스레이 검사결과 좌측 폐에 염증성 병변 의심소견을 보였고, 혈액검사결과 호산구 증가 소견으로 알레르기내과 및 호흡기내과 협진상 경과관찰이 필요하였다. 9. 27. CT Angio 검사상 좌폐하엽에 2cm 크기의 결절이 관찰되었다. 의료진은 기질화 폐렴이나 폐암과 같은 염증성 병변이 의심되므로 흉부CT를 권고하였다. 11. 22.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전 처치로 면역억제제 일종인 리툭시맘 투여를 시작하였다. 12. 6. 흉부CT 검사상 좌폐하엽 미세결절 및 흉수 증가 소견이 확인되었다. 의료진은 호흡기내과와 협진한 후 폐흡충증으로 의심하고, 12. 9.부터 12. 11.까지 구충제를 투여하였다.

환자는 12. 11. 배우자의 신장을 공여받은 생체신장이식술을 받았다.

환자는 2017. 1. 2. 신장생검상 급성거부반응 소견은 없었고, 1. 4. 병원을 퇴원하였다. 2. 16.경 활동시 호흡곤란과 기침증상이 있었어 흉부엑스레 검사를 시행한결과 좌측흉수 증가소견이 보였다. 늑막천자검사와 흉부CT상 좌측 기흉증상 소견을 보여, 2. 18.경 좌측 흉관을 삽입하였고, 2. 22. 흉관을 제거하였다. 그런데 환자는 병리생검 검사상 비소세포폐암이 확인되었고, 3. 21.경 토르소PET 검사를 시행한 결과 폐암, 흉막, 림프절, 간 및 뼈 전이 소견이 확인되었다. 환자는 이후 항암치료를 받았으니, 효과를 기대하지 못하고, 9. 4.경 사망하였다.

 

. 중재원 감정결과

 

중재원은 수회의 흉부 엑스레이 검사결과, CT 검사결과 폐흡충증 등 염증성 병변의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나, 폐암의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있고, 혈액내 호산구 증가증은 폐암의 경우엗 증가된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으며, 흉막 삼출과 폐결절이 관찰되는 것은 여러가기 가능성이 있는 점에서 악성 종양 가능성도 있어서 흉막삼출 검사, PET-CT 등 추가적 검사가 필요하였다, 신장이식술은 응급을 요하는 수술이 아니므로 면역억제제 투약을 폐에 대한 추적검사 이후로 미루는 것이 더 타당하였다, 신장이식술을 앞둔 환자로 진행중인 암은 신장이식술의 절대적 금기사항에 해당한다, 폐암의 진단시기와 상관 없이 진행하는 암이 있는 상태에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은 암의 진행과 예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여러 자료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이식 수술전에 폐암 진단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직접 전이에 의한 흉막삼출이라면 폐암 4기의 병기이기 때문에 폐암의 예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으나 사망은 피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사망시기가 단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감정하였다.

 

. 중재원 조정결과

 

중재원은 2018. 6. 5. 망인의 일실수입과 신장이식 배우자의 일실수입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기왕치료비 2700만원을 인정하고 여기에 책임제한을 60%로 제한하였다. 위자료로 망인에게 7,000,000, 배우자에게 3,000,000, 자녀들에게 각 2,000,000원 합계 14,000,000원의 위자료를 인정하고, 신장이식 공여자인 배우자의 위자료를 별도로 10,000,000원 인정하였다. 최종적으로 망인의 배우자에게 25,000,000, 자녀들에게 각 7,600,000원 합계 40,200,000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조정하였다.

 

중재원은 결론에게 본 결정은 재판에서와 같이 엄격한 증거조사를 거쳐 채용한 증거들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들이 제출한 자료, 주장, 본원 조사관들의 조사 및 감정위원들의 감정소견, 조정기일에 논의된 내용 등 가능한 모든 자료를 근거로 하였다. 이 사건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하고자 할 경우 향후 상당기간 소요될 것이고, 소송비용 또한 적지 않으며, 이러한 시간적 금전적 손실 이외에도 양 당사자가 소송기간 동안 겪는 정신적 고통 또한 매우 클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소송에 의해 이 사건을 해결한다고 하여도 신청인들이나 피신청인 누구든 거기서 자신들이 기대하는 결과를 얻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향후 소송절차에서는 본 조정에서 정밀하게 다루지 아니한 여러 문제들이 다양하고 예기치 않게 대두되고, 그에 따라 아직 드러나지 아니한 증거들이 나타나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어느 쪽에든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들을 깊이 헤아려 신청인들과 피신청인은 조정 본래의 취지에 따라 일보 양보한다는 생각으로 본원 조정결정의 수용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여 분쟁을 원만하고도 평화롭게 매듭짓기를 바란다.’라는 문장을 첨부하였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2018가합545339 손해배상)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망인에게 나타난 호산구 증가증, 흉막삼출액을 동반한 관 모양의 움직이는 결절성 병변 등이 폐 기생충 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었다고 하더라도 위와같은 증상만으로 곧바로 망인의 폐결절이 기생충 감염에 의한 염증성 병변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흉막삼출과 폐결절의 원인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호산구 수치는 폐암의 경우에도 증가된다는 보고가 있으며, 망인이 2016. 12. 13. 의료진에게 3-4일전부터 등 왼쪽에 통증이 있다고 호소하였으므로 폐암의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호흡기내과의료진도 2016. 12. 6. 흉부 CT 검사 결과에 대한 판독을 의뢰받고 기생충 감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하면서도 폐흡충층 항체 여부를 확인하라고 한 점(피고병원에서 폐흡충층 항체 검사를 하였다는 기록을 찾을수 없다.), 통상의 경우 경과관찰을 통해 폐암 여부를 확정할 수 있겠으나, 망인은 신장 이식술을 앞둔 환자이므로 망인의 신기능 악화로 출혈 위험이 있어 조직검사를 시행하기 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흉수검사나 PET-CT 등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악성종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가 있었던 점, 증상이 심하거나 치료가 급하고 약물치료로 치료될 수 있는 기생충 감염이 의심되면 확진 이전에 기생충 치료제를 퉁하고 그 경과를 보는 것도 확진을 할수 있는 임상의학적 방법이기는 하나, 망인의 기생충 감염증상이 심하거나 치료가 급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점, 신장이식수술은 응급을 요하는 수술이 아닌데도 폐암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적관잘 기간인 2016. 11. 22. 성급하게 폐암을 악화시킬수 있는 면역억제제를 투여하여 2016. 9. 27. 2cm 크기이던 결절이 2016. 12. 6. 4cm 크기로 커지고 흉수가 증가되게 한 점, 암의 발생은 신장이식수수술의 절대적 금기사항이므로 의료진이 망인의 폐암을 진단하였다면 망인이 신장이식시술을 받을 여지가 없었던 점을 비추어 보면, 폐결절에 대한 검사를 소홀히하여 폐암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함으로써 망인이 폐암을 조기에 진단받아 치료받지 못하고 불필요한 신장이식수술로 인햬 폐암이 악화되어 생명이 단출된 것에 대한 정신적 손해를 입게 하였고, 배우자는 불필요한 신장공여를 하여 신장 한쪽을 잃는 장애를 초대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망인의 증상이나 검사결과가 기생충 감염 역시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 망인이 이식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신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 상태이었으므로 신장이식수술을 받지 않은 채 폐암 치료를 받았다 하더라도 5년 생존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지 않는점, 이 사건 수술의 경위와 목적, 배우자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의료진의 검사 및 진단상 과실로 일한 모든 손해를 피고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배를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따라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의 범위를 30%로 제한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망인의 위자료를 35,000,000, 배우자의 한쪽 신장상실에 따른 노동능력상실을 40%로 인정하여 일실수입 194,356,626, 향후치료비 4,000,000, 장례비 5,000,000, 위자료 10,000,000, 자녀들 위자료 각 3,000,000원으로 하여, 전체 손해배상금으로 배우자에게 87,870,170, 자녀들은 각 13,000,000원이 인정되었다.

 

. 소결

 

결과적으로 1심 판결에서 병원은 1억이 조금 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되었다. 현재 이 사건은 쌍방이 항소하여 항소심에 계속중이다. 환자측은 책임범위가 너무 적어서, 병원측은 과실을 인정할 수가 없어서 각 항소를 하였다. 항소심 판결에서 1심에서 인정된 의료 과실이 그대로 인정될 것인지, 책임제한범위가 올라갈수 있을지 모니터가 필요하다.

 

배우자가 한쪽 신장 상실을 한 이유는 의료진이 망인에 대한 신장이식 수술 과정에서 폐암에 대한 적절한 진단을 하지 않음으로서 발생한 것이고, 배우자의 과실이나 기왕증, 체질적 소인 등 피해자의 요인이 기여되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전혀 없다. 뿐만 아니라 배우자에게는 신장 적출 수술의 과정 및 결과에 비추어 이 사건 수술로 인한 악결과를 감내해야 한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배라는 손해배상소송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