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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문변호사

사무장 병원과 급여비용 징수 처분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은 엄격히 다른 개념이다. 의료기관은 의료법상 의원(치과의원, 한의원), 조산원, 병원(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전문병원)을 지칭하는 말이고, 요양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주체로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 약사법에 따라 등록된 약국, 약사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희귀의약품센터, 지역보건법에 다른 보건소(보건의료원, 보건지소),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설치된 보건진료소를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의료법상 의료인만(간호사 제외)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의료인이 아니고서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민법이다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이라야 한다.

 

문제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비영리법인(예를 들어 재단법인이나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이나 사단법인 등)을 설립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우이다. 서울아산병원을 예로 들면, 정몽준 이사장이 재단법인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여 의료기관개설자가 되어 병원을 운영하는 경우이고,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이사장이 사회복지법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을 설립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비의료인이 법인을 설립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형식에 대하여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그 이유는 너무나 대형 병원이라 이런 곳이 사무장 병원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이나 사단법인을 설립하여 의료기관(의원이나 병원)을 운영하는 경우 종종 사무장 병원이 아닌지 논란에 휩싸인다. 사무장 병원은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법인의 외관을 갖춘 다음 의료인을 고용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사무장 병원이다. 이 경우 사무장 병원은 의료법상 위법하게 설립된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전액이 환수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서울고등법원은 개설명의인인 원고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법 2015. 2. 17. 선고 201460636 판결 참조)

 

그러나 대법원은 개설명의인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전액 징수는 재량권 남용일탈로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844838 판결참조)

 

사무장 병원이라도 요양기관으로서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그 급여비용을 청구한 이상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에서 정한 부당이득징수처분의 상대방인 요양기관에 해당한다. 요양기관이라고 하여도 요양기관은 법정 비급여 진료행위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요양급여의 인정기준에 관한 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요양급여를 제공하고, 보험자와 가입자 등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때에도 그 산정기준에 관한 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요양기관이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거나 초과하여 임의로 비급여진료행위를 하고 가입자와 요양비급여로 하기로 합의하여 진료비용 등을 가입자로부터 지급받은 경우도 위 기준을 위반하는 것이다.(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27639, 27646 전원합의체 판결)

 

주된 진료행위가 비급여대상에 해당하는 경우 주된 진료행위에 부수하여 그 전후에 이루어지는 진찰·검사·처치 등의 진료행위 역시 비급여대상에 해당하여 요양기관이 부수적인 진료행위에 관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952980 판결 참조)

 

예를 들어 안과에서 행해지는 시력교정술은 비급여대상이다. 비급여대상으로 정하는 안경, 콘택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로서 신체의 필수기능개선 목적이 아닌 경우에 실시 또는 사용되는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에서 시력교정술이란 시력교정술 자체뿐만 아니라 그 수술 전후 진찰·검사·처치 등의 행위를 포함한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0819345판결 참조)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 개설이라고 하더라도,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였는데, 이미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의료인이 위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하였거나,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위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이어서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사정만을 가지고 속임수나 그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하여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행위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을 환수할 수 없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36485판결 참조)

 

즉 의료인이 이중 개설한 의료기관이나 명의를 대여한 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경우 비록 의료법상 위법한 개설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모든 요양급여비용이 다 부당이득반환의 범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모든 요양급여비용을 전부 부당이득환수처분을 하면 법원에서 취소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일부 징수가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징수행위는 재량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844838 판결참조)

 

행정기관이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의료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 자격을 갖춘 의료인이 요양급여를 시행했는지 여부, 요양급여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이를 초과하여 과잉진료에 해당하는 지 여부, 요양급여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운영과정에서 비의료인 개설자와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불법성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 비의료인 개설자와 개설명의자가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이 고려대상이다. 자격을 갖춘 의료인이 요양급여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의료법상 개설이 위법이라는 사유만으로 의료기관 개설명의자나 비의료인 개설자를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랑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단지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행해진 요양급여비용에 대해 공단이 전부를 환수하면 재량권 남용·일탈이 될수 있으므로 절반 정도를 환수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논지이다.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기소되거나 행정처분을 받는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위법정도에 따라 국민건강보험법상 환수처분의 내용이나 범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간호조무사가 의사가 없는 곳에서 소독 등 처치를 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정된 것이라면 요양급여비용 전부를 환수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일탈의 위법 가능성이 있는 반면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IMS시술을 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정된 것이라면 요양급여비용 전부를 환수하더라도 재량권 남용·일탈이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개별 사건마다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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